집사람과 떨어져 있었던 적이 별로 없다.
물론 각방을 써 본 적도 없다.
한창 일할 나이때 내가 해외출장중이거나, 가끔 업체들과 해외 골프여행 가거나,
어쩌다 집사람이 출장 중이거나 혹은 친구들과 해외 여행중이거나. 몇년에 한번 정도가 고작이었다.
더구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으니 밥 챙겨 먹을 걱정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면 돌아 올 사람이니 서로가 잠시 보고 싶기도 하는 그런 정도였다.
어머니도 거동이 어려워 3개월전부터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요즘 집사람이 부재하니 불편한게 참 많다.
그러나 이 나이에 먹는게 좀 불편하다고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손주를 어린이집에서 케어하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2주정도야 무언들 못 참고 못 하겠는가?
불현듯 '집사람이 돌아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말도 않되는 생각이 며칠전 언뜻 들었다.
머릿 속이 하얗게 되었다.
멍하니 아무 생각이 나지도 들지도 않았다.
바로 멘붕이 이런 걸까?
어떡하지? 어떡하나? 난 뭘 해야 하지?
왜, 갑자기 이런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 들었을까?
2주일간의 아내의 부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오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하였다.
이번의 아내의 부재가 단순한 부재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리라.
며칠전부터 웬지 소화가 전혀 되지를 않았다.
불규칙적인 식사와 챙겨 먹는다는게 일상메뉴가 아니다 보니 위가 상당히 곤혹스럽고 놀란 모양이었다.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하고 쓴물이 넘어 오는가 싶더니 결국 마른기침이 나오고 몸살 기운까지 겹쳤다.
온 몸에 기운이 쫘악 빠지고 무기력증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에게 아내는 어떤 존재였을까?
애들 엄마이고, 착한 며느리였으며, 동료에겐 롤 모델, 상사에겐 칭찬만, 고객에겐 찾고 싶은 은행원이었고,
그리고 나에겐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내였다.
이렇게 표현한다면 정말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그러한 아내일 뿐이겠다.
이러한 정도로는 뭔가 많이 부족하다.
집사람의 존재가 나에만은 뭔가 특별한 뭔가가 꼬옥 있어야 할 것만 같다.
그 뭔가를 아직 나는 찾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아내의 참 모습을 나는 알지 못하고 있었던건 아닌지 되물어 본다.
그런데 그 뭔가를 아직 찾지를 못하고 있는데 돌아 오지를 못하면 어떻게 하냐 말이다.
집사람이 돌아오면 내가 아내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분명 뭔가 달라져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아직 뭔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대하면 안 될 것만 같다.
그러지 못한다면 나중에 내가 분명 많이 정말 많이 후회할 것만 같다.
나는 집사람없이는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그런 행복한 남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나에게만 있어야 할 아내의 그 뭔가를 찾을때까지 집사람은 늘 나와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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