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속았다.ㅎㅎㅎ
요즘 온나라가 뱅쿠버 동계올림픽으로 들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세종시니 뭐니 국민은 별로 관심없는 일로 온 언론들이 난리들인데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우리 귀여운 선수들이 있어 국민들은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항상 그래왔다.
결국은 국민들이 해 주었다.
정부나 정치나 경제나 사고는 지네들이 쳐 놓구선 그것도 국민을 위한다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해결사는 결국 국민들이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상화선수가 500미터 금메달을 딴 이후 19일 아침 6시부터 시작되는 1,000미터 경기에
또 하나의 금메달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온 언론매체를 통해 국민들의 기대감을 자극하였다.
더군다나 모태범선수가 1,000미터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하였으니 온 국민들의 이목은
오늘 아침 6시 이상화선수에 집중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속고 말았다.
이상화선수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항상 속고 있는 그 언론에 또 속고 만 것이다.
늘 그래왔는데 우리 국민은 또 한번 망각의 늪에 빠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기분 좋은 망각이었고 유쾌(?)하기도 한 속임이었긴 해도...
이미 이상화선수의 종전기록(18위 2분18초78)은 상위권 진입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모태범선수는 이미 본인 기록상으로 메달후보였고 1,000미터가 주종목이니 금메달을 기대해
보는 것이 당연하지만 말이다.
기록 경기가 갑자기 한 경기에서 수초를 뒤집을 수는 없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방송멘트.
'200미터 랩타임은 1위입니다.' 500미터 금메달선수이니 200미터,400미터 기록이 1위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최선을 다 했으나 아깝게도 23위....' 아깝다는 표현은 이럴때 쓰는 단어가 아니다.
1위는 2분16초56로 무려 1초16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메달을 딸까 기대하고 잠을 설쳐가며 새벽 6시부터 TV앞에 앉아 있었던 국민...
언론에서는 처음부터 '이상화선수 1,000미터가 주종목은 아니나 상위권 진입을 기대해 봅니다.'
이것이 적절한 표현이었으리라.
다행인 것은 우리 이상화선수가 2분18초24로 종전기록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사실 기분좋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면 될 일이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히히히히 ㅎㅎㅎㅎ
그래도 자알 했어. 요즘같이 짜증나는 일만 많은데 우리선수들 보고 있는 것만도 좋아. 허허허허
그래 그렇게 넘어가면 될 일이다.
아니 지금까지 우리는 그렇게 길 들여졌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 아니면 말고 』식의 사고방식 그리고 일상생활.
「 그렇다고 뭐 당신한테 피해 준 것 있어. 」식의 조직관리 그리고 인간관계.
「사소한 것 가지고 목숨걸 일 있어.」식의 사무처리 그리고 사회생활.
그러나 그 사소한 것이 개구리가 되어 버린 나에게는
연못에 던져진 조그만 돌맹이로 변신하여
나를 괴롭게 하고, 고민스럽게 하고, 화를 나게 하고, 좌절하게 하고,
결국은 삶을 포기하게 해 버릴 수도 있음을 나 혼자만이 알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