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야기(단계)/2012게으른산행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

단계와 넓은여울 2012. 1. 13. 08:42

참나무들이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는 원도봉 숲에서 터를 잡은 전나무 새싹.

자신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참 딱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꼿꼿하게, 늠름하게, 자신있게, 보란듯이 자라는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글구,

뿌리로 부터 흡수하는 물과 햇빛에 의한 광합성으로 양분(食)을 해결하고,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여유

와 멋을 부릴줄 아는 센스(衣)를 가졌으며, 사는 곳(住)을 초월하여 모든 생명체와 공생할 줄 아는 나무의

운명을 보고 있노라면 이 추운 날씨에도 마음까지 푸근해 집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선택할 수 없는 단 한가지 탄생의 신비를 가졌다는데,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는 숙명

을 지닌채 태어났지만 어느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제 자리가 아닌 곳을 탐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과 경쟁하여 자기만의 세계를 완성해 갑니다.

 

나무는 숲 전체를 지배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죽어서도 바로 그 자리에서 더불어 사는 세계를 몸소 시현하며 더 큰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의 세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없는데 모든게 사람의 빈약한 머리로 유용함과 불필요함을 규정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식물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단순한 사실 한가지만으로 함부로 간섭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지고 오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식물이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며 모든 자연환경과 지혜롭게 조화되어 살아가는지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식물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입니다.

 

** 참고도서 :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우종영), 나무의 죽음(차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