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산행'을 돌아보며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운 것이다.’ 나무처럼 살고 싶고 나무로부터 인생을 배운다는
‘사람들 곁에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시가 들어서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에게 녹색 빛
여유로움을 주던 나무들을 잊어 가며 살고 잇습니다. 오래 전에 잃어버린 친구를 다시 만난 기쁨
으로 우리주변의 나무와 친구하면서 또한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도 있
을 것입니다.’ 돌아가신
게으른 산행이란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일어나서 하는 산행이 아니라 새벽에 밥 지어 먹고 산에 들어
서서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의 친구들과 넉넉한 시간을 보내는 행위입니다. 사계절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내 맘에 맞는 나무가 있으면 그 밑에서 말도 걸어보며 천천히 걷는 산행입니다.
정상을 밟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목적지가 따로 없이 숲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자유로운 산행입니다.
우선생님의 게으른 산행에 대한 지론입니다.
그리고 자연을 향한 그 아름답고 자유로운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는 내가
아직 버리지 못한 세상의 것들을 고감히 접고 오늘도 산으로 향한다. 굽이굽이 산길마다 만날 그
나무나 풀들과 맺을 사연은 이제 우리들의 몫이다. 잠시라도 세상을 뒤로 하고 아주 느릿한 마음으로
그가 걸었던 그 길로 떠나보길 권한다.
‘놀멍 쉬멍 배우는 재미를 느낍니다. 숲이 주는 넉넉함과
노래가 됩니다. 한 달에 한번 숲이 주는 지혜의 샘물을 담아 나눔이 되는 숲 해설가를 지향합니다.’
2011년 게으른 산행 1기를 시작하면서 협회의 회원모집 머리말입니다.
탐방지역의 식생과 동물을 포함한 생태계와 문화를 연구하며, 현장 Study를 통한 전문인력을 양성
할 뿐만 아니라 협회 연구조직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며, 장기적으로는 숲 문화 관련 각종 분야의
연구를 실시하며 이를 토대로 서적 발간, 각종 수익사업과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고자 함.
2012년 게으른 산행 2기를 시작하는 회원모집 머리말입니다.
‘숲이 사람에게, 사람이 숲에게’ 우리 한국숲해설가협회의 캐취프레이즈입니다.
나는 여기에서 하나의 소통의 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풀과 친구가 되고픈 사람들이 늘어나 우리의 삶 속에서 그들의 가치를 알고 우리가 그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인 것입니다. 게으른 산행은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이번 5월까지 17번의 게으른 산행을 했습니다. 어느 곳, 어느 산을 갔다 왔느냐, 무슨 나무,
어떤 풀을 만났느냐.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을 저는 찾고 있었습니다.
매월 다른 산을 찾았고, 그 속에서 수많은 자연을 만났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눈 덮인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그 눈 속에서 봉곳이 올라오는 야생화를 보았으며, 파릇파릇 올라
오는 새싹을 보았고, 새잎이 나오고, 꽃을 피우고, 녹음이 우거지고, 열매를 맺고, 낙엽 떨어지는
가을을 만났습니다.
둘레 길을 걷기도 했고, 가파른 산을 오르기도 했으며, 배고파 지치기도 했고, 전날 먹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빗속을 걷기도 했고,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했으며, 구름 위를 거닐었고, 배를 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또 다시 새하얀 눈 덮인 산을 찾았습니다.
너무나 기분 좋게 찾은 그 곳의 나무와 풀들이, 야생화가 우리 게.산 식구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즐거워도 했고, 화를 내기도 했고, 시기도, 질투도 했고, 짜증도, 어리광도 내 보았습니다.
안타까워하기도 했고, 보듬어 안기도 했습니다. 웃기도, 울기도 했고, 감탄도 했고, 놀라워하기도
했습니다. 지나친 농담을 하기도 했고, 오버하기도 했습니다.
밤 늦게까지 학술적인 토론을 하기도 했으며,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를 사랑했다는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같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할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물며 그 사랑하는 대상이 바로 숲이요,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나무와 풀이며,
그들이 만들어 내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흥분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무언가 얻으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그것이 생활화가 되면 내 몸 속에서 밑거름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게으른 산행 속에서 그렇게 내 삶의 가치를 찾아가고자 합니다.
사랑합니다. 게.산 식구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