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잔소리(4)
'아침 식사합시다.'
"먼저 먹고 가."
'혼자 먹으라고? 같이 먹읍시다. 그래야 밥맛이라도 좀 있지.'
"그래. 그럼 얼른 먹고 가. 내가 천천히 먹고 치울테니깐."
'그러세요. 천천히 드세요.'
"나 혼자 천천히 먹어야지. 옆에 있으면 내가 급해져서 안돼."
'생식가루에다 효소 넣으셨으면 됐지, 또 마요네즈는 뭐하러 넣으세요.'
(채소와 과일, 삶은감자, 고구마 등이 섞인 사라다를 아침에는 자주 드신다. 밥은 넘어가질 않는다고.)
'맛이 이상하잖아요.'
"있길래, 그냥 조금 넣었어."
'마요네즈 많이 드시면 대변이 잘 안된다고 했잖아요.'
"많이 안 먹어. 조금 넣었는데."
'매일 드시는 것 같은데.'
"난 못 들었어. 마요네즈가 대변에 안좋아?"
'마요네즈처럼 잘 나올것 같지만, 창자에 짝 달라 붙어서 안 떨어져요. 몇번 얘기 드렸잖아요.'
"몰라, 나는. 못 들었어. 이젠 안 먹지 뭐."
'맨날 안 먹는데지. 마요네즈는 또 언제 사 오셨어요?'
"몰라. 냉장고에 들어 있던데."
'ㅎㅎㅎㅎㅎ 마요네즈를 누가 사요. 집에선 마요네즈 살 사람이 없어요.'
"많이는 안먹어 조금 넣었는데."
"오늘은 출근 안해도 돼?"
'출근해야지요. 출근 안하면 누가 봉급 준데요?'
"그래. 오래라도 다녔으면 좋겠다."
'나는 그만 다녔으면 좋겠는데요.'
"그래, 오래 다니긴 했지."
'그럼 그만 다닐까요?'
"그래도 오래 다녀야지. 얼른 먹고 출근해야지."
'알았어요. 천천히 드세요.'
"그냥 놔 둬. 내가 치울테니깐. 이런 거라도 해야지 하루종일 뭐하고 있으라고. 멍청이 되지."
'그러세요. 천천히 드세요. 천천히 치우세요. 급하게 하시지 말고.'
오늘도 아침부터 아들의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하시는 어머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