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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잔소리(6)

단계와 넓은여울 2013. 4. 8. 09:35

'또 식빵 드실거예요?'

"그래, 그냥 조금만 먹지 뭐."

'근데 밥은 왜 또 하셨어요?'

"밥이 조금밖에 없어서."

'먹을 사람이 없잖아요.'

"애들이 어제 아침에 밥을 먹길래."

'밥은 먹을때 하면 돼요. 30분이면 금방 하잖아요. 미리 할 필요 없어요.'

"그럼, 그냥 놔둬. 내가 나중에 천천히 먹으면 돼."

'언제 저 밥을 다 드세요.'

"걱정하지마. 내가 먹으면 돼."

'엄마 아들이 식은밥 먹기 싫다구요.'

"그래 알았어. 이젠 밥 안할께."

'제발 하지 마세요. 이제는 밥 먹을 사람이 없어요. 맨날 식은밥 되잖아요.'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는겐가?

어머니께 지금 하고 있는 말투가 말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존재감을 밥을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 것이다.

달리 하실 수 있는 일이 이제는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몇번의 낙상과 입원과 수술 등으로 하실수 있는 모든게 막혀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밖에 나가시기도 겁이 나시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게 무엇이겠는가?

그나마 손 쉬운일이 밥 하시는 일, 간단한 설겆이, 세탁기 돌리는 일 등이다.

 

새벽에 언제 일어 나셨는지 밥 해 놓고 냉장고에 있는 사골국물 뎁혀 놓으시고...

회사 다니는 손녀 둘이 먹어 보았자 어디 밥을 얼마나 먹겠는가 말이다.

어머니도 입맛을 잃어 버리셔서 하루에 간신히 1끼니 정도. 그것도 반 공기도 채 안되는데.

무언가를 자꾸 하시려는 어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화가 나 언성이 높아지는게.

더군다나 부쩍 귀가 어두워져 알아 듣기조차 못하시는데.

보청기도 서랍에 아예 넣어 놓으신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언성 높이고 후회하고, 또 보면 언성이 높아지고....

사랑하는 엄마, 제가 언제나 인간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