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엄마와의 식사 그리고 2010년 4월 가족 이야기(맛있는 냄새가 난다)

단계와 넓은여울 2013. 8. 30. 23:10

 

   

 

 맛있는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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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선국지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분명 엄마의 냄새다.
나를 위한 저녁반찬은 하지 말라고 매일매일 부탁을 드리고 있건만
오늘도 또 사고를 치신 것 같다.
또 화가 난다.
화가 나는 내 마음과는 별도로 "서대지지는 거예요?"
나는 이미 부엌쪽으로 발길을 옮기며 묻고 있었다.
 
식탁위에는 라면 절반를 끓여 담아 놓은 큰사발이 보인다.
밥맛도 입맛도 없어 하시는 아버지는 저녁을 주로 라면 국물로 대신하고
계신지가 꽤 되었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시며 "냉장고에 서대 한마리가 남아 있어서..."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조금 힘이 들어 보인다.
 
 "서대 엄마가 하셨어요?" 나는 또 뻔한 질문을 하고야 만다.
"아줌마 시키라고 했잖아요!" 내 언성이 또 높아진다.
"아줌마가 어떻게 한다고 그래..."
말끝을 흐리시는 건 불리할때 쓰는 엄마의 전매특허다.
부모님이 모두 거동이 불편해 지신 수개월전부터
오후시간대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집안일을 해 주고 있다.
"그러면 뭐할려고 돈 주고 아줌마 오라고 그래요.", "이제는 엄마는 뭐가
되었든 무얼 하시면 안된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도대체 왜 그러세요." ,
" 그래 알았어 이젠 안하면 되지. 그러고 이제는 하라고 해도 못해."
거의 매일 반복되는 아들과 엄마의 결론없는 대화...

 

" 나, 생선국 안 먹을거야. 엄마가 한건 안 먹는다고 얘기 했잖아요.",
"국 없이 무얼 먹을려고... 밥도 안 했는데.",
"있는 반찬 가지고 저하고 매일 저녁 함께 먹자고 했잖아요." 
"아침에 해 놓은 밥은 다 드셨어요?",
"아니, 남아있는데...",
"많이도 남아있네, 점심때 무얼 드셨어요?",
"아줌마가 좀 비벼줘서 많이 먹었어.",
"아침에 있던 밥 거의 그대로 있는데 뭘 많이 들어요...."
무슨 얘기들을 하는건지 물끄러미 쳐다 보시는 아버지는
그래도 라면 드실 준비는 하고 계신다. 
요즘 들어서는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지
그 좋아하시는 말참견도 거의 없어 지셨다.
그래서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다.

 



결국 나는 그 맛있어 보이는 생선국을 포기하였다.
불효막심한 아들이다.
아들에게 생선국이라도 해 주고 싶으신 엄마의 마음은 백번 이해하고
또 고맙지만 발걸음을 질질 끌면서 하시는 어머니 모습은 보고 싶지가 않고
혹여 지난번 같이 또 넘어지시기라도 하는 날엔 이젠 끝장이다.
 
설겆이를 하고 거실로 나오니
"애미는 저녁먹고 들어 올거니.","예"...
"밖에 비 안 오지?", "안와요.",
"미현이는 오늘도 회사에서 늦니?", "모르겠어요." 
레코드판 돌아가듯 늘상 하시는 엄마의 질문들....그리고 아들의 대답...
 
식사후 소파에 앉아 TV보시는 두분의 모습...
괜한 눈물이 또 나오려 한다.
요즘 거의 20여시간을 잠만 주무시는 아버지는 벌써 꿈나라에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