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큰딸 함 들어오던 날
단계와 넓은여울
2013. 10. 23. 21:38
아버님께서 손수 쓰신 금강반야바라밀경 병풍에.
내가 1달여에 걸쳐 직접 만든 교자상에.
붉은 예탁보를 깔고 그 위에 봉치떡을 올리고.
큰 예비사위의 힘찬 박깨는 소리와 함께.
함을 올려 놓고.
절을 한 후
혼서지 상장(上狀)을 읽었다. 이 혼서지는 신부가 평생 보관한다.
한양 조씨 후손 조휘동 배상. 때는 가을이 한창 무르익는 계절이온데 존체만복하신지요. 제 동생이 이미 장성하여 배필이 없더니 큰사랑을 입어 귀한 따님으로 배필을 삼게 해 주시니 이에 조상님의 예에 따라 삼가 납폐하는 의식을 치르오니 이 혼서지를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계사년 9월 22일. 조휘동 배
청홍색 실과 오곡주머니(목화씨, 팥, 노랑콩, 찹쌀, 수수)
분홍주머니(자손과 가문의 번창을 뜻하는 목화씨), 노란주머니(며느리이 부드러운 성품을 기원하는 노랑콩)
파란주머니(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찹쌀), 붉은주머니(잡귀나 부정을 쫓는 팥), 연두색주머니(길한
장래를 기원하는 수수)
밤과 대추가 있는 봉치떡(시루떡)은 신부가 먼저 먹이는데 아들을 낳으라는 뜻이다.
큰 손녀를 키워 주신 할머니께 특별한 예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