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삶은 걱정거리의 연속이다.

단계와 넓은여울 2016. 3. 21. 17:46

 

 

 

산다는 건 걱정거리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해야겠다.

"너 얼굴 좋다!"

'걱정거리가 없으니 좋을 수밖에.'

세상 어느 누가 걱정거리 없는 삶을 살겠는가?

다만 걱정거리가 없는 척, 걱정하지 않은척 할 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다를 뿐이다.

 

어머니께서 연례행사하듯 또 넘어지셨다.

지난 금요일 그냥 주저 앉았다고 이웃집 할머니께서 전해 주셨다.

오늘 아침에 입원 수속을 했다.

작년에 입원했던 구성근처 중앙요양재활병원이다.

앉거나 일어나질 못 하시니 척추가 좀 내려 앉았음에 틀림없다.

다행히 두 다리를 움직이시는 걸 보아서 이미 수술하신 양쪽 고관절엔 이상이 없는 것 같다.

화장실까지 갈 수가 없으니 대소변을 받아내야만 한다.

어머니도 힘이 드시는 일이지만, 며느리와 아들도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아버지때는 의식이 없으신 상황이니 대보변을 가리지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의식은 멀쩡하신데 기저귀로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니 서로간 민망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다.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모시는 수 밖에 달리 대안이 없다.

최근 10년 사이에 뼈가 부러져서 수술만 3번 기브스하고 입원 2번, 격년으로 입원을 하신 셈이다.

죽어도 수술은 안 하시겠다고 하시지만, 사실 이젠 수술할 곳도 없고, 할 수 있는 상황도 되질 못한다.

 

두달전 나와 엄마의 대화다.

밖에 눈 안오지?

예, 아직. 오늘 밤에 눈 온다고 했어요.

밖이 깜깜해 지길래.

저녁이 되니까 깜깜해지는 거예요.

내일 요 밑 노인정에서 점심 먹는다고 오라고 해서.

눈 오면 못 나가세요. 큰일나요.

아니, 밑에만 내려오면 데리고 간다고 해서.

암튼 눈 오면 절대 나가시면 안되요.

눈 오면 못 나가지. 내가 못 가는 것 알아. 같이 데리고 간다고. 꼭 내려 오라고.

눈 오면 절대 안됩니다.

안 가~~~ 어떻게나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와서.

날씨 따뜻해지면 가세요.

다들 잘 먹어. 나는 국물만 조금 먹어. 다 줘. 근데 다들 잘 먹어.

 

날씨가 따뜻해져서 노인정에서 점심 같이 가자고 해서 가셨던 모양이다.

걷기도 힘 드신 노인을 왜 이리도 불러 내는지 모를 일이다.

그 놈의 노인 복지가 문제다.

점심 못 먹어서 죽은 귀신이 있는지 수시로 노인정에서 점심을 대접한단다.

식당에서 신발 신는 과정에 엉덩방아를 찍으신 모양이다.

마침 젊은사람들이 있어서 택시로 집까지 바라다 주었다고 이웃 할머니가 전해 주셨다.

저런 상태에서 어찌 엘리베이터도 타고 11층까지 올라 오셨을까?

이웃 할머니들이 부축해 주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아들, 며느리한테 노인정 점심 갔단 얘기 절대 하지말라고 이웃 할머니들께 당부했다고 한다.

처음엔 집 소파에서 미끌어졌다고 하더니, 산책하다 삐끗했다고 하더니, 결국 모든 사실을 실토했다.

 

참 사는게 어렵다.

넘어지고 병원가고, 넘어지고 수술하고, 또 넘어지고 수술하고, 다시 넘어지고 수술하고, 깁스하고,

얼마나 더 넘어져야 끝날 것인가.

"자네들한테 미안하네. 자네들 못 살게 굴려고 내가 그랬어."

 

텅빈 엄마방에 낯익은 성모님과 낯선 기저귀가 엄마 대신에 나를 반긴다.

나에게 엄마는 무슨 모습으로 기억되어 질 것인가?

 

또, 또, 또, 넘어지셨다. 단계와 넓은여울 2015.01.24 19:22  http://blog.daum.net/841026/4722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