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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동우회 총무직 4년을 마무리하며

단계와 넓은여울 2019. 4. 23. 16:41


시원섭섭!

마음이 이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정말 적절하고 좋은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참으로 결정을 잘 했다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동우회 총무 직을 수행한지 만 4, 나에겐 평생 참 빠른 세월의 흔적으로 남게 된 기간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하기 어려운 진정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2014년 12월 뜬금없이 동우회 총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하신 전임총무이사 김승성형님.

요추협착으로 거의 2개월 집안에서 꿈쩍도 못하고 있던 나에게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반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하셨습니다.

바로 다음날 진심으로 존경하는 최경식회장님(사무관리부장으로 모심)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제가 지금 웅직이기조차 어려운 형펀으로.. ."

"아니 젊은사람이 몇 달 있으면 다 낫지. 지금 당장이 아니고, 3월부터니까. 하는 걸로 알고 있을께요." 

지팡이 짚고 출근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다만, 큰 대과없이 마무리를 할 수 있어 모든 동우회원들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아버지께서 수시로 하셨던 말씀에 '할머니께서 니 사주가 어디를 가든 주인행세(임원급)를 할 것이다'

라고 얘기하셨습니다.

동우회 총무이사직을 수행하고 그 주말에 아버님 산소를 찾았습니다.

"아버지외환은행동우회 사무총장를 맡게 되었어요. 다른 분들이 모두 理事라고 불러 주니

임원이 된 것으로 알아 주세요. 살아 생전에 못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만."

 

외환은행동우회에 고맙고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KEB에서 집사람을 만났고, 애들 낳고, 손주들도 보고, 내 집 가지고 빚 없이 먹고 살만 하니,

이런 복을 누가 줄 수 있겠는가 말입니다.

19835월 결혼하면서부터 대체방이라는 별칭이 따라 다닌 부부은행원에서 1999312일 

모든 일간지에 실린  금융권 첫 부부 은행지점장 탄생”, 그리고 정년퇴직까지 외환은행 덕에

먹고 살았으니 늘 은행에 신세만 지고 있었던 세월이었습니다.  

 

201532일 신임총무로 일을 시작하며 나의 마음과 생각을 카페에 올려 놓았었습니다.

“35년 외환은행생활을 마무리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인연이 아직 끝나지 못하고 연장이 되었다.

총무자리에 앉고 보니 나와 KEB사이에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무언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꼭 그 못다한 인연을 제대로 매듭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무엇일까? 동우회 일을 하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찾아 보아야 하겠다.

어쨋든 그것이 나에게도 외환은행동우회에게도 바람직한 일이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2015년 3월 동우회 일을 시작하며 KEB! 나의 외환은행이 9월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옛날에 뭐 하셨어요?”

... 은행에 다녔단다.” (어떤 은행이었는지는 제발 묻지 말아다오.)

“어디 은행 다니셨어요?” (손주들이 아직은 묻지 않고 있지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지난 3월 신규회원 간담회에서 후배들의 입회 소감은 우리의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했습니다.

"그냥, 단지, KEB가 외환은행이 그리워서... 동우회 6층 엘리베이터앞에 『외환은행동우회』

간판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는 그들의 말에 우린 그냥 은행을 지키지 못한 죄인이 되었습니다.

우리 동우회는 후배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 주어야 할 것인가?

우리 부부가 은행 재직하며 은행을 위해 했던 일이 아직도 많이 부족했던 것이었습니다.


4년이 지난 이제사 해답을 찾은 느낌입니다.

후배들을 위해 동우회가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 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우회 4년이 그 짐을 조금이나마 훌훌 털어 버리는 기회를 우리부부에게 주었으니 진정

행복한 기간이었습니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업적은 동우회원들의 기부금입니다. 년간 4천만원을 넘겼으며 4년간

거의 6천여만원 회비가 늘어 났습니다.  동우회원들께 진정 감사드립니다.

외환은행동우회가 외환은행을 찾을 수는 없지만, 후배들을 찾을 수는 있겠습니다.

 

이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손주들에 좀 더 전념해야 하는 현실뿐 아니라 숲해설가와 풀피리 활동도 계속하겠습니다.

 

그동안 많이 부족했던 총무의 기를 살려주신 최경식 명예회장님과 김영우회장님께 감사드리고,

동우회에서 온갖 궂은 일을 마다 않는 추화순대리의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더불어 1년여의 장고 끝에 후임총무를 수락해 주신 권종순 신임총무이사께 고마움을 드립니다.

언제든 하명만 주시면 동우회로 뭐 날리게 뛰어 올 준비가 되어있다고요.

그리고 언제나 모든 일에 내편이 되어 준 집사람에게 평생 은혜를 갚아 나가겠습니다.

 

외환은행동우회 회원 여러분!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동우회 행사에서 자주 뵙기를 소망합니다.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동안 못 다한 KEB동우회에 대한 봉사는 앞으로 두고두고 갚아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선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