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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들의 사랑법.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1. 3. 28.

괴산 저수지을 한바귀 도는 삼막이길에서 재작년(2009.2)에 찍었던 연리목. 

 

 

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우종영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중에서)

 

서로 가까이 있는 두나무가 자라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부르는데, 두 나무의 뿌리가 이어지면 연리근(根), 서로의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木), 두 나무의 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枝)라고 일컫는다. 땅아래의 뿌리는 둘이면서 지상에 나온 부분은 한 몸이 되는거다. 바람에 상처를 입어 속살이 들어 났다거나, 두 줄기가 살짝 맞닿아 있다가 그대로 붙어 버리는 연리지. 더 신기한 것은 한번 연리지 된 가지는 두번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 현명한 것인지...

합쳐지기 전의 성격과 기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흰꽃 가지앤 흰꽃이, 붉은 꽃 가지엔 붉은 꽃이 그대로 피어난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으면서도 어떻게 한 몸을 이루어 살 수 있는지. 일 단 한 몸이 되면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사는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서울대공원 유모차대여소 옆 낙우송이 모여 있는 곳에서 찍은 혼인목(婚姻木).

좁은 안쪽 공간으로는 가지들을 떨어뜨리고 바깥쪽으로만 가지를 뻗어 아름다운 집단수형을 이루고 있다.

따로 또 같이, 사랑하려면 혼인목과 연리목처럼 (김용규의 '숲에게 길을 묻다'중에서)

그들의 깊은 사랑은 아픔을 거쳐 완성됩니다. ~~ 나무의 맨살에는 세포분열을 담당하는 형성층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들이 바로 서로를 깊이 확인하는 작업을 합니다. 같은 종임을 확인했을 때 비로소 서로는 합일을 모색합니다. 다른 종끼리는 이룰 수 없는 사랑입니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 자신의 살을 내어주지 않고는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한쪽이 잘려 나가도 다른 쪽 나무가 공급하는 영양분으로 삶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완전하게 하나로 결합합니다. 참으로 깊고 깊은 사랑입니다.~~ 둘을 합쳐 하나의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정수라 말하는 듯합니다.

혼인목의 사랑법은 조금 대중적입니다.

혼인목이란 서로 같거나 다른 종류의 나무 두그루가 한 공간에서 자라면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그 모양을 만들어갈 떄 그 한 쌍의 나무에게 붙여주는 이름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어울려 살기 위해 서로에게로 뻗는 가지를 떨어뜨려 서로의 공간을 열어 주기도 하고, 필요할 경우 빈 공간을 찾아 뻗어 나가면서 마치 한그루의 나무처럼 조화를 이룹니다. ~~~ 혼인목의 사랑은 아름답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위해 각자의 욕망을 덜어내어 완성되는 사랑입니다. 나도 있고 그도 있는 사랑입니다. ~~~ 상대를 누르려는 내 가지의 영양분을 차단하고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하는 성찰과 노력이 함께함으로써 이루는 사랑입니다. ~~~ 그리하여 마침내 두 그루의 나무가 한 그루의 수형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요즈음 같은 세태에 더욱 생각나는 연리지, 혼인목입니다.

나무보다 못한 삶을 사는 인간들에게...

우리사람들의 숲에도 그들의 사랑을 닮은, 그러한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되새김질할 수 있는,

그러한 기회를 줄 수 있는 뭐 그런 기발한(?) 방법이 없을까요?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