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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아들의 잔소리(1)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2. 11. 2.

 

"식은밥이 있을때는 밥 하지 마세요."

'알았어~~'

"저녁에 먹을 사람이 없잖아요."

'알았다니깐.'

"맨날 알았다고 하고선 또 하고..."

'그래, 이젠 안하지 뭐.'

직장다니는 아들, 며느리, 손주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은신 마음을 난들 왜 모르겠는가마는

우리가 하면 30분이면 끝날 일들을 두서너시간을 서서 하셔야 하니 하는 말이다.

아침엔 입안이 까칠하시다고 우유, 달걀에 식빵을 구어서 마요네즈와 채소, 과일을 섞어 드신다.

마요네즈가 변비에 좋지 않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일단은 입안에서 넘기는데는 좋으니깐.

"오늘 저녁엔 색소폰갔다가 늦게 올거예요."

'누가?'

"누구긴, 제가요. 그럼 누가 가겠어요.'

"아후, 이 간장은 너무 짜네."

'간장이니깐 짜지.'

"그렇지요. 간장이니깐 짜지요.ㅎㅎㅎㅎ"

"생식가루 얼마나 넣었어요."

'한숟가락.'

"한숟가락이 거의 밥 한 공기예요."

'그래? 그래서 한숟가락 밖에 안 넣었어.'

"양파 갈아 놓은 것도 드셨지요."

'그래, 먹었지. 아까.'

"너무 많지 않아요? 다 드실 수 있어요?"

'그래, 너무 많아.'

"그런데 왜 그리 많이 넣으셨어요."

'아니, 많이 안 넣었어. 벌써 배불러.'

"두부 하나만 더 드세요."

'약 먹을라고 먹는거야.'

"무슨 약?  혈압약말고 다른 약 있어요?"

'얘기 안하라고 했는데. 어제 얶ㅐ가 너무 아파서 병원 갔다 왔지. 사진찍고, 약 한달치 짓고.'

"뭐라고 그래요?"

'크게 그거 할 것은 없는데 조금 거기가 거시기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러데.'

"거시기가 거시기 하다고 그래요? ㅎㅎㅎㅎㅎ"

'지난번 넘어지면서 이쪽 팔만 그리됐으니깐, 이쪽 어꺠가 아픈거겠지.'

지난 봄 산책길에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져 2달간 입원했었는데 오른쪽 어깨에 이상이 생긴 모양이다.

'낮에 요 밑에서 점심먹으러 간다고 오라고 우리집으로 전화가 몇번 오는지 모르겠어.'

아마도 아파트 노인정에서 오늘 점심 외식이 있는 모양이다.

'저쪽에 늘 가는데 식당가면 나는 안 간다고 하니깐, 다른데 간다고 오라고 해서.'

걸음걸이가 쉬원치 않아 혹여나 넘어지실까 아들이 걱정할까봐 미래 연막을 치시는 거다.

'내가 바보같이 못 먹지 다들 잘 먹어. 뭐 그리 잘 먹는지. 그러나 잘 걷지.'

"천천히 다녀 오세요. 억지로 드시지 말고."

'이제 그만 먹어.'

"그럼, 사과나 한쪽 드세요."

'아니 더 못 먹어.'

"그럼 깎아 놓은 과일들 갈아서 이따가 드세요."

'그래, 그게 낫겠어. 낮에 갈아서 마실께. 걱정말고 이제 놔 두고 출근이나 해.'

'내가 천천히 치울테니깐. 이런거라도 해야지 하루종일 앉아만 있는것도 고역이야.'

"그러세요. 천천히 하세요."

매일 반복되는 엄마와의 아침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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