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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2006년 12월 가족이야기(약을 먹는데도 왜 마찬가지냐)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2. 8. 24.

약을 먹는데도 왜 마찬가지냐       http://blog.joinsmsn.com/psb1026/7218902

 

 

아버님이 하루에 드시는 7가지 한달치 약들.
약 종류가 많아 헷갈리지 않으시게 매일 밤이면 7개 봉지를 따로하여 약을 넣어둔다.
이미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닌데도, 당신은 옛날 생각만 하시는 듯하다.
약도 매일 먹고, 매주 주사도 맞고 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하신다.
언제까지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야 하느냐고 푸념을 하신다.
식사는 잘 하시나 반찬은 거의 드실 수가 없는데도 믿지를 않으신다.

그나마 약을 들고 주사라도 맞으니 그래도 그만하게 버티고 계신걸 모르는 걸까.
어제 아침에는 다시한번 현 건강상태와 상황을 알려 드렸다.
나빠지는 속도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언젠가는 투석을 해야 된다고...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그러면 왜 사느냐고 하신다.
죽지를 못하니까 사는거지. 어머니의 말씀이시다.

거동이 불편하시니 수시로 어머니 심부름만 더 늘었다.
어머니도 편치 않으신데, 어머니가 더 걱정이다.

 

 

 둘째애가 온다.     http://blog.joinsmsn.com/psb1026/7242250

새벽 한시. 잠을 청하려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시카고 도착했는데요. 2시간 기다렸다가 갈아타요.'
'미국오면 재미있을줄 알았는데 재미가 별로 없어요.'
겨울 방학이라고 한달간 잠시 귀국한다고 했다. 

유학간지 5개월밖에 안되지만 큰애하고는 참 많이 다르다.
큰애는 고등학교 1학년 마치고 이미 6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전화 통화를 별로 하질 않는 성격이다.
작은애는 재수까지 하면서 갔는데도 수시로 지 엄마한테 전화다.
자기가 왜 거기에 가 있는지를 모르는 건 아닌지...
관광갔다고 생각하는건지...
아뭏튼 반갑긴 하다.

오랜만에 집안에 웃음꽃이 필것 같아 기분은 매우 좋다.
부모님도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는 듯하다.
어제 저녁엔 작은애 방 침대 시트갈고 청소도 했다.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이미 내 귓가에 맴돌고 있다.
집사람은 송년회 마치고 밤 늦게 귀가하여 갈비찜 만든다고 부산했다.
부모님 병원 다니신다고 우울했던 집안 분위기가 환해 지는 듯하다.
역시 집안엔 애들이 있어야 하나 보다.

20일날 큰애까지 오면 내년 14일까지 한달여간은
집안이 시끄러울 것 같다.
애들이 오면 편찮으신 부모님도 기력을 많이 회복하셨으면 좋겠다.
지난번 아버님 세번째 입원하셨을때 큰애한테 얘기를 안했더니
다음부터 얘기 안해 주면 안들어오겠다고도 했다.
기특한 녀석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키웠으니
부모보다 그 애정이 각별한 듯하여 흐뭇하다.
대가족 환경에서 자란 애들이라 그러하리라.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하여 공항으로 나가야겠다.
즐겁고 기분좋은 연말연시를 보내게 될것이 분명하다.

 

 아내의 생일    http://blog.joinsmsn.com/psb1026/7270880

'당신, 나한테 생일 선물 준 날 기억 하세요? 무엇을 사 주었는지도...'
'글쎄....'
'구두 사 주었어요. 기억도 못하지. 그것도 결혼전에 딱 한번...'
아내가 이젠 결혼 선물은 기대도 하지 않는단다.
역시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야.ㅎㅎㅎ
자랑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원래 성격이 선물 주고 받기를 못하는지라...
그래도 마음만은 항상 당신곁에...믿어 주실거지요.

엊그제 아침은 어머님이 끓여주신 며느리 생일 미역국을 먹고 출근을 했다.
역시 미역국은 어머니께서 끓이셔야 제 맛이 난다.
요즘은 어머님의 손맛이 조금은 야릇해졌지만...
손맛, 입맛이 떨어지다보니 모든 음식에 똑같이 갖은 양념이시다.
열일곱에 시집와 육십년이상을 부엌에서 지내셨으니 지겹기도 하실게다.

생일날이라 모든 모임 약속을 하지 않았었다.
저녁에 둘째애를 시켜 생일케잌 제일 작은것으로 사오라고 했다.
먹을 사람이 없으니 남으면 아침 도시락으로 가져가야겠다.
아내는 지점에서 업무 끝나고 직원들과 케잌 자르고 꽃다발과 선물도 받았단다.
'그래도 우리딸이 훨 낫네. 큰걸로 다섯개만 꽂았으니.'
' 정과장 그 녀석, 작은초를 두개나 더 꽂잖아. 나한테 혼났지.호호호'
아마도 정과장이 우리나이로 계산해서 초를 꽂은 모양이었다.
'당신도 이젠 꽉찬 오십이 되었네 그려.ㅎㅎㅎ'

평소와 마찬가지로 10시경 올림픽공원으로 산책 데이트를 나갔다.
오늘은 디카도 가지고...
'평화의 문'앞 치장이 예년과 달리 아주 품격있게 꾸몄다.
생일 기념사진 한장 찰깍...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남문쪽에 있는 엄지상앞에서 또 한장 찰깍...당신은 나의 엄지공주...

살 맞대고 함께 산지가 벌써 이십사년이 되었다.
크게 다투는 일 없이 여지껏 살아왔으니 난 참 행복한 놈이다.
큰애가 제일 듣기 싫어 하는 말 '너는 꼭 아빠 닮았다.'
내가 제일 듣기 싫어 하는 말 '당신, 장가 잘 가서 좋겠네.'
그래도 장가 잘 못간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참는다.
아내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화제가 빈곤하여 고민되는 일이 없어 좋다.
내 하는 일 아내가 다 알고, 지 하는 일 내가 다 알고 있고.
내 아는 사람 아내가 다 알고, 지 아는 사람 내가 다 알고 있으니...

아내가 2년전부터 당뇨수치가 다소 올라가 음식조절과 꾸준한 걷기운동으로
당관리를 매일 하고 있다. 체중이 6킬로이상 빠졌다.
체격도 크고 워낙 식성도 좋은 사람이 먹고 싶은걸 참아야 하니...
'덕분에 날씬해져서 좋겠네.' 말은 그렇게 했으나 왠지 개운치가 않다.
시부모와 함께 살아왔으니 살갑고 애틋한 부부생활은 애당초 포기 했을 것이고
다행히 외성적인 성격이라 직장생활에 열정적으로 살아온 결혼생활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남사스러워 하질 못해도
서로가 그냥 보기만해도 아는 사이가 되었으니 부러울 것이 무엇이랴.
어제도 그제도 과거에도 항상 당신과 함께 했던 남편이기에...
매일 산책을 하면서 손잡고 걷는 일은 없을지라도
성격이 그러하다는 걸 아는 사이가 되었으니 안타까울게 무엇이랴.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언제나 당신곁에 남아있을 남편이기에...

양가 부모님 아직 생존해 계시고, 두딸 어여쁘게 키워 놓았으니,
이렇게 살고 있는 것만도 당신이 섬기는 하느님의 은총인것을,
건강에 조심하고, 욕심부리지 말고, 범사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을 우리 두사람 당신 생일을 맞아 언약합시다.

당신과 이렇게 살아가도록 당신을 나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집안이 시끄러워졌다.     http://blog.joinsmsn.com/psb1026/7306522

밤 12시가 넘도록 재잘재잘, 깔깔깔, 까르르, 우당탕탕...
말만한 처녀 둘이 떠들어대니 시끄럽기가 이를데 없다.
가을 들어서 부모님이 두분다 편찮아서 입원을 반복하느라
집안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 앉아 있었는데
엊그제 큰애까지 귀국하여 집안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무슨 할 얘기들이 그리 많은지 잠 잘 생각을 하질 않는다.

지네들 방뿐만 아니라 거실까지 어지럽게 늘어 놓아
집안 청소(내 담당)가 곱절로 늘어나 귀찮긴해도
다 큰 애들이라도 집에는 역시 애들이 있어야 사람사는 것 같다.
부모님도 덩달아 바빠지셨다.
애들한테 무얼 해 먹일까 노심초사하시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부모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 듯 하다.
노인 냄새가 싫기도 하련만 태어나면서부터 키워서 그런지
큰애는 좁은 할머니 침대에 비집고 들어가 눕기도 한다.
달포만 있으면 또 떠날 애들이지만 그동안 만이라도
할머니 냄새를 마음껏 즐기고 편하게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

유학갈때 애들한테 부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집을 방학때 잠시 들렀다 가는 하숙집쯤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유학생들이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으로만 알고
방학때 귀국하면 오직 노는데에만 전념을 하는 경우가 많다.
Base Camp는 당연히 우리집이란 것과
유학은 공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 있는 곳이란 것을 명심시키는 것이었다.
수시로 쇄뇌교육을 시키고는 있으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네 품을 떠났다고 애써 자위해 보긴 하지만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조만간에 아마도 애들이 내년 용돈을 협상하려 할 것이다.
지금은 월 5십만원을 자동이체시켜 주고 있는데
나한테는 얘기를 못하고 지네 엄마한테 식비에도 턱없이 모자라고
친구들한테 맨날 얻어 먹고 있다고 투덜대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아예 봉급 명세서를 보여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들 만나느라 밤 늦은 시각에 귀가를하고
잠 잘 생각도 없이 12시 넘도록 저리 떠들고 있으니
애들 덕분에 집사람과의 사랑놀이도 한달간 물 건너 갔다.ㅎㅎㅎ

 

엄마, 나도 늙었나봐!!      http://blog.joinsmsn.com/psb1026/7334298

86년생 큰딸이 친구들 만나고 어제 밤 늦게 들어와 하는 말이다.
할머니 계시는데 못하는 말이 없다.
친구들이 졸업이 가까워 지니 취직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모양이다.
요즘 대학졸업 평균년수가 6년이라고 한다.
해외 어학연수다 뭐다해서 대학졸업을 계속 미루는 것이란다.
친구들끼리도 그러한 얘기들을 하고 들어 온 모양이었다.
국가적으로 참 낭비가 얼마나 큰것인가.

오늘 미장원을 갔더니 두피가 벗겨진다고 해서 깜짝 놀랐는데,
미용실직원이 상업적인 멘트를 너무 심하게 날리더라는 거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 봐요. 스무살정도밖에 보이질 않는데...' 해서,
너무 심하다고 했더니 '그럼, 고등학교 졸업이예요?'하더란다.
나이 들어가는게 정말 싫다고도 한다. 그것도 심각하게...
아무리 자식이지만, 쟤네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사는 것일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정말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엄마는 2만원짜리 파마를 하는데 돈도 못 버는 주제에
얘는 10만원짜리 파머를 했데요, 글쎄.'
순간적으로 피가 머리끝으로 확 솟꾸침을 느끼는데,
집사람이 내 얼굴을 보고 아차 싶었는 모양이다.
눈을 찡그리고 윙크를 하고...참으라는 것이다.
그래, 참자. 반년만에 들어온 애인데, 방학때 한번 하는 미용실비용인데...
아무리 그래도 사고방식이 문제이질 않는가?
친구들하고 같이 압구정동에서 했다고 한다.

유학을 보내고는 있지만, 참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쟤네들이 국내에 들어와 제대로된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된다.
물론 세상이 변하고 있고 글로벌화되고는 있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예의범절이며, 상식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을까.
방학때 한두달 가족과 지내고 있다고는 하나,
내가 쟤네들한테 얼마나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방학때만이라도 책을 두루 읽으라고 강요는 하고 있으나,
몇권의 책을 읽는다고 인격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을까.
수시로 이멜을 통해 잔소리(?)는 하고 있으나, 제대로 알아 듣기나 하는지.
국내교육이 마땅치 않고, 본인이 원하여 보낸 유학이지만...
'그래도 우리애들 만큼이면 괜찮아요.' 집사람의 판단이다.
'그래요. 그러하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사모님.'
답답한 마음뿐이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정해년!! 새해에 뜨는 태양은 무언가 새롭고 분명 다르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애들도 새해에는 좀 더 바람직한 모습들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딸들아, 아빠는 너희들을 무지무지 사랑하고 있다.
다만, 상식이 통하고, 기본적인 예절을 지킬줄 알며,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딸을 사랑한단다.
너희는 그러한 딸일거라고 아빠는 굳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