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이 대중화되던 90년대 후반에 지인들에게 이멜로 누드 사진을 보내던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50이 다 되가는 나이에 누드 혹은 야동을 보내주는 친구가 최고로 인기가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누드사진도 한 두번이지 매일 보니 시들해지면서 좋은 글 열풍이 불었다.
이곳, 저곳 웹서핑으로 캡쳐한 좋은 글들을 이멜로 쏘기 시작했다.
내가 보지 못했던 좋은 글이 나를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했고, 보낸 이에게 고마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글들은 홍수처럼 밀려 들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읽어도 못 읽을 좋은 글들이 이멜로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어떤 날은 옛날 유행했던 행운의 편지처럼 동일한 좋은 글이 다른 세사람으로부터 들어 오는 경우도 있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루종일 이 좋은 글만 읽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 되었다.
좋은 글의 쓰나미 현상이었다.
그렇다고 안 읽어 보자니 괜히 찜찜하고, 어쨋든 좋은 글이니 안 읽으면 괜히 나만 모르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읽는 사람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페이스북이 생기고 ,수년전 카톡이 생기니 좋은 글 퍼 나르기가 거의 광적(?)인 수준이 되고 말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카톡이 울리고, 이멜과 페이스북에 좋은 글들이 넘쳐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읽지 않고 바로 삭제하기도 예의가 아니고 '나중에 읽지' 하고 남겨 둔 좋은 글들이 쌓여만 갔다.
안타까운 건 꼭 읽었어야 될 좋은 글이 그 속에서 읽어 보지도 못한 채 묻혀간다는 것이었다.
매일 이멜을 정리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이멜을 놓치기 일쑤가 되었다.
특히 카톡의 경우엔 몇번을 스크롤해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긴 문장도 많아졌다.
내겐 상관도 없는, 관심없는 내용의 카톡도 많아져 드디어 스트레스가 쌓이는 수준이 되어간 것이다.
정작 지켜야 할 약속날짜와 장소/시간이 뒤로 밀려 나가고, 다시 찾으려면 카톡속을 한참 방황해야 했다.
탈퇴 하자니 다른 카톡친구들과 연락이 어렵게 되어 나가 버리기도 간단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밀려 드는 좋은 글들이 이젠 공해가 아닐 수 없게 되었다. 아니 공해가 분명하다.
왜 여러사람들에게 보내는 것일까?
혼자 좋은 글을 읽고, 느끼기에는 뭔가 부족한 걸까?
이 좋은 글을 누군가에게는 꼭 알려 주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에게 전파하여 서로가 알고 되새겨야 자기 마음이 편해 지는 걸까?
내가 전달하지 않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악의 구렁텅이로 빠질 것 같은 것일까?
그렇다면 자기는 그 뜻을 충부히 숙지하고, 이해하고, 실천해 나갈 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정말로 궁금하다.
혹 자기만족, 자기도취가 아닐까?
정말로 자기가 그 좋은 글의 주인공인 줄, 그렇게 살고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받는 사람들이 내가 이렇게 좋은 글처럼 생각하고, 살고 있다고 믿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 좋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스럽고 불쌍해 보이고 구제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 걸까?
정말로 궁금하다.
정도(正道)와 상식(常識)이 필요하다.
받는 사람도 소화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여유는 주어야 할 것이다.
받는 사람은 자기한테서만 받는게 아니라 몇명의 지인으로부터도 받고 있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좋은 글도 일주일에 한번 혹은 두번 정도는 나도 소화 가능하고, 애교로 봐 줄만 하겠다.
그래야 좋은 글이 정말 좋은 글로써 대접을 받고 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친구여! 선배님이여! 후배여!
가능하면 제발 일주일에 한번만 올리고, 보내주시기 바란다.
더 이상은 제발 노 썡큐다.
사족 :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보낸 좋은 글 대부분은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려 노력도 해보는 정말 좋은 글들이었습니다.
좋은 글을 찾느라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을까 생각하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정작 늘 읽고 있던 좋은 글들이 이후로는 혹여 오지 않을까 갑자기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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