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걱정말고 나는 나 혼자 내 할 일 할테니 갈데 있으면 갔다 와."
'이젠 갈데도 없어요.'
"자네가 왜 갈데가 없어."
'은퇴했으니까 갈데가 없지요.'
"아니, 어디 나간다면서, 왜 갈데가 없어. 어디라도 나가야지. 집에만 있으면 안돼."
'미현네 집에 용호보러 갔다가 다녀 올게요.'
"오늘 저녁도 늦어?"
'예, 저녁에 친구 상가 들렀다가 올거예요.'
'다녀 왔습니다.'
"지금 밖에 비 와?"
'하루종일 쨍쨍했는데 무슨 비가 와요.'
"나는 비가 오는 줄 알고."
'비 안 오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뭘 걱정을 해. 밥은 먹었어?"
'아침에 친구 상가 갔다 온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밥은 먹었냐구."
'그럼, 상가에서 밥 먹고 오지 그냥 와요.'
"애미는 아직 미현이집에 있는가 어쩐가 아직 안 왔네. 그럼, 돌봐 줘야지."
'오늘 저녁은 뭘 드셨어요?'
"그냥 라면 조금 먹었어. 내가 먹는 라면은 괜찮아. 잘 넘어가서 좋아."
'밥을 드시지. 애미가 해 논 무른 밥이 있던데.'
"아니, 밥은 잘 안 넘어가. 라면이 좋아. 내가 먹는 라면은 괜찮아."
'그래도 밥을 드세요.'
"비 안오지?"
'비 무지하게 많이 와요.'
"ㅎㅎㅎㅎ"
'무릎이 또 많이 아파요?'
"자네가 화 낼까봐 얘기 안할려고 했는데..."
'왜 또 넘어지셨어요?'
"아니, 화장실 가려다가 문지방에 걸려서 옆으로 살짝 미끌어졌어."
'그래서 어떻게 넘어졌어요.'
"아니, 그냥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무릎을 조금 짚었어."
'어디가 제일 많이 아파요.'
"그렇지않아도 지난번 수술했던 이쪽 엉치쪽이 계속 쑤시고 아팠는데 무릎을 찧는 바람에."
'병원에 가 볼까?'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지난번 수술했던쪽이 계속 시원치가 않아."
'그래서 집에서도 보조기를 짚고 다니시라니까. 화장실 갈때도 짚고 다니세요. 제발.'
"아니 가까우니까 그냥."
'아무리 가까워도 천천히 짚고 다니세요. 이젠 넘어지면 끝이예요. 또 수술하고 입원하실래요?'
"내가 죽어야지. 살아있는게 다 너희들한테 부담이지."
'아니, 왜 또 그렇게 말씀을 하세요. 아픈 사람이 힘들지, 왜 내가 힘들어요.'
"다 이렇게 살아있는게 죄야."
'아니, 왜 또 그러세요. 지금까지 그만큼 했으며 충분히 다 하신거예요.'
"뭐, 이제는 내가 할려고 해도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이젠 더 할려고 하지 마시라고요. 해 줘도 고맙지 않다고요. 안 하시는게 도와주는 거예요.'
"알아, 이젠 아무것도 안해. 하라고 해도 못해."
'제발 하려고 하지 마세요.'
'누나가 해 온 사골국은 왜 또 소금까지 넣고 다 끓이셨어요.'
"아니, 내가 좀 먹어 보려고."
'그러니까 엄마가 드실만큼만 끓이지 누구 먹으라고 저렇게 많이 끓여 놓으셨어요. 소금까지 넣고.'
"아니, 심심한 것 같아서 소금을 조금 넣었지."
'소금은 먹을때 자기 입맛대로 넣어서 먹는거예요.'
"그래 알았어. 안 먹으면 냉장고에 넣어 놓고 천천히 내가 다 먹을께."
'저 많은걸 언제 혼자 다 드세요.'
"천천히 먹으면 돼."
'용호 이유식은 뭐하려고 또 하셨어요.'
"아니, 내가 한게 아니야. 조금 있길래 내가 양파 좀 더 넣고 끓여 놓았지. 용호 먹으라고 갖다 줘."
'이것 저것 뭐 하신다고 부엌에 서 계시니까, 힘이 빠져서 미끄러지고 넘어지시는 거예요.'
"아니, 난 요새 아무것도 안해."
'혼자 서 계시기도 힘들면서 뭐 좀 하려고 하지 마세요. 제발.'
거의 매일 반복되는 엄마와 아들의 말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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