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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여동생의 환갑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6. 8. 2.

지난주 여동생이 환갑을 맞이했다.

쳐다만 보아도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나오게 하는 동생이다.

어려서 부터 참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었던 동생이다.

어렸을적 막내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지내야했음에도 전혀 그러하지 못하였다.

시골에서 살기 어려워 가족 모두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온게 516 이듬해였다.

동생은 서울에서 국민학교에 입학하였으나 단칸 셋방에서 6식구가 사는 형편이 오죽했을까.

아버지의 기에 눌려서 어린 나이에 어디 기댈데도 없이 맴돌았던 동생이었다.

식구 모두 자기 살기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던 암울한 시기에 막내가 어디다 하소연할 데가 있었을랴.

내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장 많았던 것도 사실은 형에 대한 것보다는 바로 동생 때문이다.

물론 나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막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막내 동생을 제대로 챙겨주고 이끌어 주지를 못했던 책임 말이다.

사실 우리 식구중 가장 서글픈 삶을 살고 있었던 동생이었다.

그렇게 말렸건만 고집불통 판단으로 어려움을 자초한 시절도 있지만, 원인은 결국 가족에 대한 불신이었다.


지난달에 36년 근무했던 학교를 정년퇴직하였다.

수년전부터 모든걸 훌훌 털어 버린 듯 얼굴에 화색이 돌고 집에도 자주 들르는걸 보니 천만 다행이다.

이제부터라도 자기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혼자 살고 있으니 식구들하고도 왕래를 자주하면서 우선 건강부터 챙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랜 직장 생활로 연금이 어느정도 나온다고 하니 사는 건 걱정이 없는 듯하여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병원에 계시는 엄마는 참석을 못했지만 식구들끼리 약소하게나마 점심을  함께 하였다.

색소폰, 숲공부 등 몇가지 취미생활도 하고 있다고 하고

절에 다니면서 다양한 동아리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하며 표정도 밝아보여 안심이 된다.

부디 앞으로 여동생의 나머지 삶에 행복만 가득했으면 냉담중이지만 하느님께 진정으로 빌어 본다.


하느님!

동생에게 옛날처럼 주위에 나쁜사람들이 절대로 꼬이지 않게 해 주시옵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못하는 동생이 그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절대로 현혹되지 말게 해 주옵소서.

건강을 스스로 챙기도록 다부진 마음을 가지게 도와 주시고,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여 허황된 생각이 깃들지 않게 해 주시옵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범위내에서만 알뜰하게 살아가게 해 주옵소서.

마지막으로 가족들과도 자주 왕래를 하도록 인도해 주시길 기원드립니다.

주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