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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아버지, 이젠 엄마 데려가셔도 됩니다.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6. 9. 8.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6년이 넘었다.

돌아가시고 그당시 아버지께 신신당부, 부탁 드렸던 게 있었다.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부탁하나 할께요.'

'어머니 보고 싶으시다고 얼른 부르시면 절대 안됩니다.'

 

'아버지, 이젠 엄마 부르셔도 됩니다.'

 

 

 

다음 주가 추석이다.

앞서 오늘 새벽에 출발하여 천안공원에 아버지를 보러 다녀왔다.

긴한 부탁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병원침대에 계셔야 하는 엄마 때문이다.

산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

내가 사는 세상에서 무언가 나의 존재 가치가 있어야 삶이거늘.

병원침대에서 한발자욱도 움직이질 못하고 의사, 간호사, 간병인 얼굴만 보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끔 찾아주는 가족이 있기야 하지만, 갈수록 기억도 흐릿해 지고.

생전처럼 맨날 다투시더라도 아버지와 함께 계시는게 낫다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엄마 병원에도 들렀다.

일주일에 한두번 보는 자식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수년간 무시로 드나들던 병원도 이젠 7개월 넘었으니 살아있는게 살고 있는 겐가?

며칠간의 어려운 상황에서 온 정신으로 돌아 오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답답할 일이 있어. 답답해."

아들을 보고 하시는 첫마디다.

"살아 있는게 죄지. 자네들한테 미안해. 다른거 다 필요없어. 자네한테 미안해"

"미현애미는 괜찮지? 안 아파야 할텐데."

"밖에 비 안 오지?"

대체 뭐가 저리도 미안하신가 말이다.

 

자식들에게 엄마에 대한 기억은 어찌 남아 있어야 할까.

매일 병실에 누워 계시던, 아파하시는 모습만 기억되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식들을 위해 애쓰시고 고생하시던 엄마에 대한 모습조차도 잊혀져 간다.

어차피 함께 얘기하고, 놀러 다니고 했던 적이 없으니 기억조차도 없겠구나.

 

더 이상 아프시기전에 아버지께서 하느님께 힘 좀 써 보세요.

아버지, 이제는 엄마 마음 편하게 데려 가셔도 됩니다.

현재의 모습으로나마 엄마를 추억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엄마 생각으로 저를 그냥 며칠간 실컷 울게 해 주세요.

그리고 엄마가 매일 그립고, 보고 싶게 해 주세요.

그래야  엄마한테 오는 길에 아버지도 좀 더 자주 뵐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