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친구 이기성이 이태리 여행을 하면서
보내 온 사진들과 소식을 옮겨 놓았다.
4월 4일(시칠리아섬 헤라신전) : 신전들의 언덕이 있는 아그리 젠토입니다. 2,500년동안 그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전앞에서 난 겨우 세시간 있다 왔어요. 하긴 2,500년도 태초의 세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지중해 바람이 세게 불어오는 언덕에서 신전을 바라보며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한나절을 보냈답니다.
4월 8일(시칠리아섬 대표 휴양지 타오르미나) : 아슬아슬 깎아지른 바위산 위에 벌집처럼 집들이 붙어있고, 그보다 더 위에 아담한 바위 성당과 우람한 사라센 성채가 경쟁하듯 서 있습니다. 경이로운 자연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도시를 보고는 왠만해서는 감탄할 때도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시칠리아의 타오르미나는 새삼 소년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하얀 베일을 겹겹이 덮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에트나 화산과 청옥색 이오니아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곳... 바위산을 오르려면 발밑 저 아래 광장에서 들려오는 대부의 주제곡이 그렇거나 어울릴 수 없는 곳, 타오르미나!
4월 11일(곡물의 천국 풀리아지방) : 지켜야 할 것은 꼭 지키는 사람들이 이태리인이라면, 안 지켜도 될 것 같은 것도 빠짐없이 모두 지키는 사람들이 독일인인 것 같네요. 시내에서는 길 건너기가 무서울 정도로 교통질서가 난삽합니다. 그래서 카타니아에서 레체까지 가는 열 시간 동안 유심히 봤습니다. 버스기사가 어떻게 운전하는지. 고속도로에서는 한마디로 철저히 지키더군요.
전방확보가 안되는 곳에서는 절대 추월이 없어요. 시내에서완 달리 모든 차량이 개과천선(?)하더군요.. 이들의 융통성이 놀랍습니다.. 아피아 가도의 종착지 브린디시엔 노르만족이 세운 성채가 있습니다. 해변가 길목에 철옹성처럼 서있는 성채로 들어가려고 했지요. 입구에 서있던 여군이 군사통제구역이라며 막더라구요. 무식이 용감이라고 나중에야 알았는데, 지금도 이 성채를 군사령부로 쓰더라구요. 사진이라도 찍자고 했더니 곤란해진 여군이 옆에 있던 상사에게 상의하데요. 그도 잠시 난감해하더니 서너 발자국 슬쩍 뒤로 물러서 주는 거예요. 전 이런 면에서 이태리사람들이 좋아지더군요. 독일같으면 아예 그런 분위기가 아니지요. 그러니 독일인들은 이태리인들을 엉터리라 할 것이고, 이태리인들은 독일인들을 꽉 막힌 벽창호라 할 것 같습니다. 풀리아 주의 네 도시를 마치고 캄파니아 주로 넘어갑니다. 신발 따윈 벗어버리고 그냥 맨발로 걸으면 딱 좋을 레체,아피아의 종점을 알리는 키 높은 원주가 항구를 지키는 브린디시, 비잔틴과 롬바르드의 각축장이었던 바리, 그리고 동네골목같이 정겨운 골목길이 좋은 타란토... 모두 제나름 개성이 있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아직도 Magna Grecia적인 성격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아랍과 노르만, 스페인의 아라곤까지 온갖 색채가 다 섞여 있는 곳이 이곳 풀리아입니다.
4월 13일(환상의 해안 아말피) : 어제 아침 일찍 아말피 해안길을 걸었어요. 길이 좁아 인도가 없어서 걷기에 좋은 도로는 이니었지만 이른 아침이었기에 차가 없었지요. 운전기사에게 정류장도 아닌 곳에서 내려 달랬더니 두 말없이 정차해요.. 이태리 사람들 이런 융통성이 마음에 듭니다. 정말 환상의 길을 여유작작하게 걸었어요.. 느넓은 바다와 깎아지른 산, 흡사 중국의 잔도를 걷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도저히 길이 날 수 없는 절벽 허리를 끊어 길을 냈더군요.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듯하고 구름 속에 숨은 산에선 금방이라도 바위가 굴러 떨어질 것 같더군요. 바다와 산이 만나는 급한 경사면에 집들이 층층이 발디딜 틈 없이 들어서 있어요. 아무도 없는 아말피 해안길을 걸으며 신선이 되었답니다.
4월 14일(이태리 남부 휴양도시 소렌토) :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소렌토는 절벽 위에 세운 도시입니다. 바다에서 소렌토를 보면 높이 30~40m의 절벽이 병풍처럼 쳐있어 천연성벽이 됩니다. 그 소렌토 앞바다에 카프리 섬이 있습니다. 청옥색 바다란 수반 속에 떠있는 기묘한 수석이랄까요? 화산섬이니 독도와 닮은 꼴이면서 그 확대판 같습니다. 카프리가 없었다면 소렌토는 무미건조한 도시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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