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친구 이기성이 이태리 여행을 하면서
보내 온 사진들과 소식을 옮겨 놓았다.
0501 :
궁전 안 어마어마하게 넓은 방 양쪽 벽 가득히 피사와 시엔나와의 전투장면을 묘사한 벽화가 그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엔 무릎 꿇은 장년의 사내를 짓밟고 서있는 젊은 남녀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지요? 그중 하나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랍니다. 아무리 옛이야기라도 피사나 시엔나의 토박이가 이 방에 들어오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합니다. 아르노강에는 유일하게 2차대전의 참화를 비껴간 베키오 다리가 걸려있습니다. 프라하의 카를다리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다리 밖까지 지지대를 놓아 붙어있는 건물들의 안간힘을 봤다면 차마 폭격할 수 없었겠지요.
0503 : 회랑의 도시 볼로냐와 모자이크의 도시 라벤나를 거쳐 오늘은 베네치아로 갑니다. 역사가 깊은 볼로냐대학을 보고싶어 찾은 볼로냐는 참 독특한 도시였습니다. 도심의 비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건물마다
회랑이 있습니다. 총길이가 35km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회랑과 회랑 사이로만 다녀도 왠만한 곳은 다 갈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동네 우산장사는 다 굶어죽지 않을까요?
볼로냐에는 희한한 성당이 있습니다. 600년전에 지은 성당인데 아직도 미완성입니다. 본래 로마의 베드로성당보다 더 크게 지으려 했지만 교황의 견제로 실패했답니다. 화가 나서 그랬는지 파사드는 아랫부분만 대리석을 입혔고 윗부분은 벽돌 골조 그대로 놔두었네요. 이곳저곳에서 로마의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에 교황도 힘들었을 겁니다.
라벤나의 성당을 보면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가 생각납니다. 똑같은 비잔틴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서로마 최후의 수도였던 라벤나는 540년 동로마, 즉 비잔틴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가 탈환했지요. 그리고 200년 동안 롬바르드족에게 빼앗길 때까지 라벤나에는 비잔틴제국의 총독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양쪽의 분위기가 비슷하지요. 라벤나의 비탈레 성당에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와 테오도라 황후의 모자이크 인물화가 있습니다. 비잔틴 연대기책에 단골로 나오는 그림입니다. 1,500 년 된 모자이크 앞에 서 봅니다. 뒤의 200년 된 프레스코화가 빛 바랜 흑백사진이라면 모자이크화는 엇그제 찍은 칼라사진 같습니다. 이번 이태리 여행을 온 목적중 반은 이 그림 때문에 왔습니다. 폭동이 일어나서 도망가려했던 남편을 다잡아 폭동을 진압시키고 비잔틴제국의 기초를 다지게 한 테오도라는 시중의 여자였었습니다.
잠깐 정신이 아득해서^^ 이해바랍니다.
0505 :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미궁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대충 짐작만으로 이 도시에 나섰다가는 흡사 미로
찾기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가다보면 막힌 길이 많고, 또 돌아서면 운하로 끊긴 길이 태반입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재미있지만, 급한 이방인에게는 황당하게도 만듭니다. 실핏줄처럼 퍼진 운하는 도로입니다. 수많은 다리는 건널목입니다. 육지와는 달리 사람과 배 사이에 교통사고가 날 일이 없지요. 하지만 이 길은 결코 무단횡단할 수 없는 길입니다. 바로 저 옆까지 가려면 'ㄷ'자로 돌아 가야 합니다. 그렇게 간다고 갔지만 한 브럭 지나친 경우도 많고, 아예 사라져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베네치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거닐다 찍은 사진 몇장 보시지요. 사실은
나흘간 베네치아에 있으면서 하루는 국경도시인 트리에스테를 가려다가 포기했습니다.
0506 :
버스를 하루종일 탔지요. 참 좋은데 이런 도시는 혼자는 좀...두브로브니크에서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자신이 궁상스러워지는 그런 도시예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혼자서 무슨 곤도라 탈 맛이 나겠어요?
로마 멸망이후 힘 깨나 쓴다는 나라들은 '로마'란 명칭을 탐했지요. 게르만족의 신성로마제국이 그랬고,
키예프 공국의 '제삼의 로마'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긴엔 로마의 실질적인 상속국은 오스만 제국
과 베네치아 공화국이었습니다. 비잔틴 제국이 망하면서 육상 패권은 오스만이, 해상은 베네치아가 패권을 잡았지요. 이에 불만인 오스만이 베네치아의 해상권을 탈취하려고 벌인 전쟁이 레판토 해전이었구요. 베네치아에는 이에 대한 발자취가 여러
군데 남아있습니다.
1)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의 야외에 설치된 작품입니다.
2) 베네치아 사람들은 마지막 가는 길도 배 타고 가더군요.
3) 산 조르지오 섬에서 본 두칼레 궁전과 캄파닐레 답
입니다. 베네치아의 심장부인데 광장에서 보면 이렇습
니다.
4) 베네치아의 명물 리알토 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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