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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기성이태리(1405)

폼페이,나폴리(4/16~18)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4. 4. 21.

대학친구 이기성이 이태리 여행을 하면서

보내 온 사진들과 소식을 옮겨 놓았다.  

 

0416(폼페이) : 베수비오 화산 정상에 서면 바로 발 밑으로 나폴리 만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오른쪽엔 앞으로 가게 될 나폴리가, 왼쪽엔 방금 지나온 소렌토가 멀리 툭 튀어 나와 있습니다. 나폴리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소렌토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생각 때문일 겁니다. 아직도 유황연기가 올라오는 분화구 안에 이제 막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보입니다. 그놈, 참 험한 곳에 자리 잡았네요.

비 오는 폼페이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포럼이나 신전, 오데온등을 피하고 서민들이 살았던 뒷골목길을 걸어봅니다. 돌길에 움푹 파인 마차 바퀴 자국은 2,000년전의 도시가 아닌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동네를 걷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6~8m의 화산재 속에서 잠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어느 도시의 경기장보다 더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역설적인 역사의 단면이 느껴집니다.  

 

 

 

 

 

 

0418(나폴리) : 나폴리에서 새삼 밀라노를 생각합니다. 이태리 남부와 북부를 대표하는 두 도시가 어쩌면 그렇게 대조적일까요? 게르만적인 곳, 도시 전체가 명품점으로 가득한 깨끗하고 정돈된 곳, 질서 잘 지키고 예의 바른곳, 밀라노입니다. 뒷골목마다 쓰레기가 넘치는 곳, 차 보다 오토바이가 더 무서운 곳, 동양 중늙은이를 봉으로 보는 곳, 나폴리입니다. 그렇다고 밀라노가 더 좋냐구요? 아니요, 그래도 나폴리가 더 좋습니다. 생전 먼저 말 걸어오는 사람이 없는 밀라노보다 묻지 않아도 먼저 알아보고 갈 곳을 알려주는 나폴리 사람이 더 좋습니다. 제가 묵었던 B&B 의 뒷골목입니다. 옛날 구멍가게를 생각나게 하는 정겨운 풍경이지요. 명품은 명품인데 밀라노에서는 삐가번쩍한 명품점에서 파는 가방이 나폴리에서는 길바닥에 널려 있습니다. ㅎㅎ. 나폴리항이 왜 3대 미항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구의 반은 크레인으로 가득하고 나머지 반도 그저 그렇습니다. 산타 루치아 항도

거기가 그렇다니까 그렇지 그냥 스쳐지나갈 곳입니다. 옛 나폴리 항을 그린 그림을 박물관에서 봤는데 그때는 해안선 따라 성벽이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더군요. 지금은 아닙니다. 나폴리에서 제일 인상깊은 곳은 왕궁과 고고학 박물관입니다. 왕궁의 파사드에는 8명의 나폴리를 대표하는 인물의 입상이 있습니다. 그중 한가운데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5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스페인에서 보다 이태리에서 더 자주 보는 그는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의 특징인 주걱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앙주 왕가, 스페인의 아라곤 왕가, 노르만 왕가 출신의 사람들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폴리의 지난한 역사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곳이지요. 고고학박물관은 과연 명불허전! 소장품이 정말 방대합니다. 그중에서 알렉산더와 다리우스의 대회전을 담은 모자이크화, 폼페이에서 발굴한 것임,가 압권입니다.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에 대해 우월감을 고취하는 가장 원초적인 유물이지요. 박물관에는 아주 은밀한 방이 하나 있습니다. 조그만 방에 입구엔 철창문까지 설치되어 있고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폼페이에서 출토된 춘화를 전시해  놓은 곳이지요. ~ 직접 보면 참 좋은데...  말로 할 수도 없고, 그것 참!  오늘 우리 모두 뚜껑 한번 열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