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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기성이태리(1405)

베네치아,베른(5/7~9)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4. 5. 9.

대학친구 이기성이 이태리 여행을 하면서

보내 온 사진들과 소식을 옮겨 놓았다.  

 

0509 :

베른대학 구내식당에서 이름도 모르는 푸딩 같은 것과 맥주 한잔을 시켰습니다. 정말 맛이 없었지만 생존차원에서 맥주에 말아먹었습니다.옆 테이블에선 나이 지긋한  교수 세명이 한참 리포트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들 어깨너머로 알프스 연봉이 신기루처럼 펼쳐 있습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날씨가 좋아야할텐데...
'U'자형으로 구비도는 Aare강의 품에 안긴 베른은 지도에 표기된 명소를 다 찾아다녀도 반나절이면 충분한 아담한 도시입니다. 그러나 좋은건 모두 있습니다. 강변의 조깅길, 뒷산의 하이킹로, 숲속 집들... 다 좋은데 물가가 살인적입니다. 숙박비하고 기차값 내면 쓸 돈이 없어요. 이러니 세상에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춘 것은 없나봅니다. 우유봉지에 독어, 불어, 이태리어가 다 함께 표시되어 있는 곳, 조그만 시내안에 왠 왕궁같은 카지노장이 두  군데씩이나 있는 곳, 길가에 개똥이 없어 안심하고 가방 끌고 갈수 있는 곳, 베른 입니다.

 

 

 

 

 

 

 

 

 

 

 

0507 :

의욕관리 해주는 친구들에게 너무 너무 감사! 바르셀로나가 스페인의 반항아라면 이태리의 이단자는 베네치아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흔히 보이던 로물루스와 늑대의 상, 가리발디의 동상이 이곳에선 자취도 없습니다. 그대신 마르코 성인을 상징하는 날개 달린 사자가 판치고 있지요.

베네치아 역사를 여기서 다 설명할 순 없고 가장 극적인 장면 하나 소개합니다. 제4차 십자군 윈정이 바로
그러한데,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십자군은 베네치아에 원정대를 수송할 선단을 의뢰했습니다. 베네치아
로서는 온 국력을 기울여야 할 규모였지요. 1년 후 베네치아는 준비를 마쳤지만 문제는 십자군에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규모의 반도 안되는 인력만 왔고 따라서 베네치아에 약속했던 금액을 지불할 수 없었던 거예요. 여기서부터 십자군은 베네치아의 용병으로 전락합니다. 자고로 빚쟁이는 힘을 못쓰잖아요?
이때 비잔틴이 맞장구를 쳐줍니다.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나서 아우가 형을 쫓아내고 황제가 된거예요.
이러자 형의 아들, 즉 조카가 십자군에게 가서 감당할 수도 없는 약속을 하고는 지원을 요청합니다. 베네치
아로서는 절호의 기회지요. 기독교도가 기독교도를 공격하는 사유는 이렇게 시작되었죠.

이들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후 얼마나 잔혹하게 약탈했는지  인류 문명사상 최악의 사례였다는 평가와 함께 250년 뒤 이교도인 오스만의 공략도 이들에 비하면 점잖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때 교황의 반응이 야리꾸리합니다. 화를 내는 척하다가 맙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이때 이후로 동방정교는 '교황의 삼중관 보다는 차라리 술탄의 터번이 낫다' 라는  말을 했지요.

베네치아에는 그때 콘스탄티노플, 지금의 이스탄불에서 탈취해온 유물들이 남아있습니다. 성 마르코성당
입구 위에 quadriga, 궁전 모퉁이의 4황제상 등 많습니다. 첩보, 음모, 외교...  모든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썼던, 그래서 한때 해상제국을 건설했던 베네치아도 넘지 못한 벽이 있습니다. 믈론 오스만이란
동시대의 강적을 만난게 베네치아의 불운이었지만 더 큰 것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대세가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파이가 적었던 베네치아로서는 전 이태리가 힘을 합해도 버거운 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었습니다. 비잔틴의 부자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집안싸움에 외부세력을 들여서 잘된 경우를 한번도 못봤습니다.
그들은 콘스탄티노플 함락후 허수아비 황제로 잠깐있다가 성난 민중에게 맞아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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