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하여 집안에만 있은지가 3주가 넘어가고 있다.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찾아 먹는 삼식이가 되어 버렸다.
다만, 아흔이 다 되신 어머니와 주로 함께 한다는 것이다.
아침식사는 집사람과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점심은 거의 어머니와 단 둘이 하고 있으며,
저녁도 집사람이 큰애집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아 어머니와 둘이서 하게 된다.
이번주는 집사람이 친목 모임에서 해외 골프투어를 가게 되어 오붓하게 엄마랑 둘이 있게 되었다.
시간 참 잘 간다.
아침 먹었나 싶은데,
'점심은 언제 먹을까?' 어머니께서 물으신다.
'6시 다 되어 가는데 저녁은 일찍 먹을까?'
또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배가 고픈건 아니지만, 무언가 먹고 싶기는 하다.
삼시세끼. 엊그제 썰어 놓은 한포기 김치가 절반으로 줄었다.
쌀통안에 들어 있는 쌀도 많이 준것 같다.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찾아 먹으니, 사람 입이 참 무섭다.
허기사 하루종일 밥외엔 뭐 먹는게 없기는 하다.
"국 끓이지 마시라고 했잖아요."
'그래도 밥 먹으려면 국이 있어야 해.'
"제가 국 안 먹은지 오래 되었잖아요."
'그래? 난 몰랐어. 멸치 다싯국이 있어서 끓인거야.'
"그냥 남겨 두시면 되잖아요."
'너무 오래되어서 ...'
"그냥, 있는것, 김에다, 김치에다 먹으면 되는데..."
'시금치는 사다 놓은게 있어서 그냥 무쳤어. 오래되면 상하거든.'
배추된장국 끓이고 시금치 무치는데 거의 1시간이 걸리신거다. 20분정도면 끝날 일을.
"아들 밥 차려 주니까 기분 좋아요?"
'ㅎㅎㅎㅎㅎㅎ 그래.'
"힘드시니까, 그냥 있는거로 먹어요."
'이것도 안하면 어떻게 해. 이정도는 해야지. 하루종일 멍청하게 가만히 있는것도 못할 일이야.'
내일이 되면 또 도로아미타불인 걸 뻔히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냥 가만히 놔두고 저리 가서 앉아.'
내가 밥을 다 먹기가 무섭게, 내가 뭐라도 할까봐, 어른 소파쪽으로 내 쫒으려고 한 말씀 하신다.
'딸꾹, 딸꾹.'
"봐요. 괜히 나한테 신경 쓰느라 급하게 식사를 하시니 밥이 얹히지요."
'아니, 그냥 갑자기 여기가 답답하네.'
'매실차 드릴까?"
"어제 남은 스프 어디다 두셨어요."
'...'
"어제 제가 끓였던 스푸?"
'뭐라고?'
"스프~~ 수푸~~ 국물"
'...'
"어제 빵 먹으면서 먹었던 국물~~~"
'조금 남아있어서 된장국 끓이는데 넣어 버렸어.'
"반찬들 서로 섞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맛이 뭔지도 모르게 되 버리잖아요."
'.... 조금 남아 있길래.'
"분명히 조금 남아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어디다 뒀나 했더니."
'먹기 싫으면 놔둬. 내가 천천히 먹을 테니깐.'
'먹기 싫은게 아니라, 다른 음식끼리 섞어 놓으면 맛이 이상해져 버리잖아요."
"조금밖에 없어서... 그러니깐 놔둬. 내가 먹을테니깐.'
'애비야, 약 뎁혀 놨다.'
"무슨 약이요? 한약? 조금 있다가 먹을려고 했는데.방금 혈압약 먹었거든요."
'그럼, 나중에 다시 뎁히지 뭐.'
"그냥 놔 두세요. 내가 알아서 뎁혀 먹을테니깐. 뭐하러 벌써 뎁혔어요."
''약을 먹어야 빨리 낫지.'
"그러니깐, 제가 알아서 먹을테니깐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뭐 신경 쓰는게 없어. 그럼 저 약을 어떻게 할까?'
"그냥 놔 두세요. 이따가 제가 알아서 먹을께요."
'다 식어 버렸는데.'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요."
'아니, 아픈데 어디를 나갈려고?'
"찬구하고 현철이하고 내가 걷기 힘드니까, 요 부근에서 만나 저녁 먹기로 했어요."
'약속 있는 것도 좋은데,
자네가 나간다고 하면 마음이 아파. 가만히 못 앉았어. 애가 닳아서.'
"왜, 내가 뭐 애기요? 애기야. 허허허허"
'어떻게 걸어 가나 싶어서.'
"허허허 내가용호요? 어떻게 걸러 가다니? "
'그래도.'
"환갑이 넘은 아들이 어떻게 걸어가다니. 허허허"
'ㅎㅎ 이건 안 되겠다. 가시가 너무 많아서'
"이 정도 가시없는 생선이 어디 있다요. 맛만 있구만."
엄마도 멋쩍었는지 갑자기 말을 바꿔 버리시는 어머니.ㅎㅎㅎㅎㅎㅎ
참, 엄마의 마음이란게.
엄마가 아닌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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