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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판소리

사철가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5. 8. 4.

사철가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 사 쓸쓸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 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옛 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寒露朔風)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黃菊丹楓)도 어떠 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 오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백설만 펄 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 보며는, 월백(月白) 설백(雪白) 천지백(天地白)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 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와, 세상 벗님네 들, 이내 한말 들어 보소.

인간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 산천의 흙이로구나.

~~~후에 만반진수(滿盤珍羞)는 불여 생전(不如 生前)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어 간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그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 끄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 허는 놈과 부모 불효 하는 놈과

형제 화목 못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 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허여 가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 보세.

 

단가란 다른 이름으로는 허두가(虛頭歌), 초두가(初頭歌)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데요,

판소리를 부르기에 앞서서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짧은 노래를 뜻하는 이름입니다.

우리도 일상 생활에서 흔히 '목을 푼다'라거나 '목청을 튼다'라는 말을 쓰곤 하지요?

단가란 바로 긴 공연에 들어가기에 앞서 소리꾼이 자신의 목 상태를 확인하고,

목을 푸는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꾼에게 단가란 목청을 틔우는 워밍업을 뜻하고, 관중들에게 단가는 본격적인 공연 전에

맛보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요즘의 밴드 식으로 표현하자면 사운드 체크 시간이 바로

판소리의 소리꾼이 단가를 부르는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단가는 특정한 음악의

갈래를 지시하는 용어라기 보다는 사설이 긴 판소리에 비해서 짧은 가사를 가졌다는 비교의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따라서 소리꾼에 따라서는 판소리의 짧은 한대목이 단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민요 한 곡조가 단가로 불릴 수도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