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올 생각 하지 마.'
고관절 뼈가 부러져 종합병원으로 옮긴지 2달여 반에 다시 요양병원으로 옮기셨다.
종합병원에선 더 이상 처치할 부분이 없다는 것이고, 사실 입원비와 간병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요양원 가시면 비용은 덜 들겠지만 아직은 병원을 수시로 가셔야해서 당분간 요양병원에서 모셔야겠다.
'난 그냥 괜찮아. 애미나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
녹음기에서 들리듯 하시는 말씀이다.
'비 안 오지?'
오늘은 안 하실까 했건만 예나 없이 하시는 말씀이다.
아니, 이 말씀이라도 하시니 그래도 아직은 울 엄마인 것이리라.
거동이 아예 안되시는 두분, 간신히 화장실이라도 부축해서 가시는 두분, 움직이는 건 지장이 없으신 분.
하루종일, 몇달은 이 공간에 계시니 사실 얼마나 답답하고, 짜증이 나시고, 뭐라 표현 할 방법이 없다.
가끔 들르는 아들, 딸, 손주들이 유일한 대화 상대일텐데.
치매는 시바브로 진행되어 가는 것 같고, 먹는 치매가 살짝 오신것 같은데 좀 더 두고 봐야겠다.
사람 사는게 뭔지,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겪는 일련의 절차이겠지만, 난 거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중에 죽고 싶을때 어느 순간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그런 알약이 없을까?
나중에 엄마가 하늘에서 아버지를 만나시면 뭐라고 말씀하실까?
1961년 자식들 데리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과연 행복했던 때가 있었을까?
자식들 크는 재미가 재미일까?
'오늘은 날씨가 좋은 것 같으다.'
처음으로 듣는 엄마의 표현이시다. 어쩐 일일까? "비 안오지?"가 아니다.
안산중앙병원 입원실에선 하늘이 보였지만, 사실 요양병원 입원실에선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 눈에 보이는 하늘은 약간 흐려 있었다.
오늘도 비어 있는 엄마의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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