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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쓰기

엄마에게 받는 용돈

by 단계와 넓은여울 2024. 2. 29.

엄마 생신이 지나고 9일후에 내 생일이다.

올해는 2월29일 바로 오늘이다.

방콕 큰딸네집에서 손주들과 생일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엄마는 매년 내 생일과 며느리 생일날이면 '祝 生日' 이라고 손수 쓰신 외환은행 봉투에 빳빳한 5만원권 1장을

넣어서 주시곤 했다.

누가봐도 아들에겐 며느리 몰래, 며느리에겐 아들 몰래 주시겠다는 의도가 확실하게 보이게

양쪽 눈치를 봐 가면서 슬그머니 말이다.

 

언제부터 엄마한테 용돈을 받았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만원권 3장에서 2009년부터

5만원권으로 바뀌었다. 족히 20년은 넘었지 싶다.

봉투를 건네면서 하시는 말씀도 매년 똑같다.

'생일인데 뭐 살만한 것도 없고, 어차피 니네가 준 돈인데 제살 뜯어 먹기다만.'

언젠가는 어린이날에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용돈 봉투를 건네준 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어린이날 용돈은 중단이 되었다.

매년 '祝 生日' 용돈 봉투를 받을때마다 엄마한테 이 봉투를 앞으로 몇번이나 더 받을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리곤 매년 울컥해 지곤 했다.

2015년 아파트 현관 계단에서 낙상하여 거동이 불가능해진 이후로 다시는 집으로 돌아 오지를 못하고 말았다.

이 사진은 2014년 내 생일날 엄마가 주신 마지막 용돈 봉투와 5만원이다.

왜, 나는 이 날 사진을 찍고 싶었을까?

엄마가 보고 싶다.

정말 무척이나, 무척이나 보고 싶다.

엄마 냄새가 그립고 맡고 싶다.

아버지 돌아가시고는 술 취해서 들어 오면 옷도 벗지 않고 엄마 방 침대에 비집고 올라가곤 했다.

살이 뼈에 간신히 붙어 있을 정도로 마른 엄마 손등에 내 뺨을 사정없이 부비면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다른 손으로

아들 머리을 쓰다듬어 주시던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 냄새를 맡고 싶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엄마 냄새가 생각나고 기억 나는데, 이러다가 엄마 냄새를 정말 잊어 버리면 어쩌나.

냄새가 어찌 생각나고 기억이 날까.

 

지금 우리 부부는 큰딸네가 살고 있는 방콕에서   3월초까지 머물 예정이다.

겨울이면 따뜻한 이 곳에서 한달 반동안 머무는 행복을 4년째 누리고 있는데, 연말엔 복귀한다니 이 호사도 끝이다.

귀국하면 제일 먼저 부모님 산소부터 다녀 와야겠다.

88 생신 (2015)
89 생신 (2016)
90 생신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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