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 할 수 있게 된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꼭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상처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 볼 수 있는
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서로 간에 간격을 유지하는 일이 너무나 절실하다.
나는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 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리...
원하는 마음은 그대로 남겨 둔 채, 적당히 떨어져서 서로를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움의 간격은 결국 행복의 간격이 아닐까.
애달프고 안타깝지만 어느덧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한 행복이 배어 나오기 시작한다.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말이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종영 저)
아내가 일주일 동안 사이판으로 지인들과 골프투어를 갔다.
여행을 떠나자마자 보고 싶고 그리워졌다면 30년 넘은 부부에게 어울리지 않는 시나리오다.
어느 TV코미디프로나, 종편 어느 프로에서처럼 '나는 자유다' 라고 소리치는 것도 우습다.
돌아오는 날까지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러면 언제쯤 보고 싶고 그리워져야 바람직한 부부관계일까? 30년 넘은 부부 사이에.
'난 당신이 "지금 퇴근해"하고 전화가 오면 그때부터 행복을 느껴. 보고 싶어지고.'
어디서 들어 본 멘트다.
그렇다. 하루 종일 보고 싶고, 그리울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허기사 신혼부부들이야 365일 24시간 보고 싶고 그리워지고 그러하겠지.
내용년수가 어느정도 지난 부부들은 어떠할까?
암튼 어느 순간부터 보고 싶고 그리워질 것이다. 그 어느 순간이 언제일까?
바로 그리움의 거리, 그리움의 간격이다.
애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알아야 그리움도 알고, 행복해 지는 마음도 알 수 있는 거다.
그러면 그 거리가, 간격이 얼마나 되어야 할까?
나무 종류별로 그 간격이 다르듯 사람마다 다른 거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바로 적당한 거리다.
아내와 나 사이가 그러하고, 나와 자식 사이가 마찬가지로 그러해야 되지 않을까?
나는 아내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오면 그리워지고 행복해지기 시작할까?
아니면 월, 화, 수, 목, 금, 토. 어느 요일에 그리워지기 시작해야 되는걸까.
수욜이 다 지나가는데도 아직까지 이러하다면 사랑이 식어 버린걸까?
목, 금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하나. 이러다 도착할 때까지 이러하면 끝장이네. 어쩌나...
사랑의 강도가 월요일부터 토요일 순은 아닐것이다. 분명 아니다.
월요일부터 일주일내내 그리워져야 하는건 아닐까? 아닐 것이다.
월요일 하루만 그리워졌다가, 글구 토요일날 그리워지고. 그럴 수 있을까?
요일 순서와는 상관관계가 없는게 분명하다.
사랑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제대로 된 사랑이다. 365일 사랑타령만 할 수 있겠는가?
바로 그 거리가 그리움의 간격이고, 사랑의 간격이고, 행복을 실감하는 싯점일텐데 말이다.
묻거나 확인하지 않고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 거리가 .....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차롓상 민심 (0) | 2015.02.18 |
---|---|
나의 미래가치는? (0) | 2015.02.04 |
만초손(滿招損), 겸수익(謙受益) (0) | 2015.01.06 |
을미년 새해를 맞이합니다. (0) | 2015.01.01 |
73연경 송년 모임 (0) | 2014.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