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하고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을때는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든 적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꼭 자리에 앉아서 가야할 만큼 다리가 빈약한 것도 아니고, 혹시 내려야할 정류장을
졸다가 지나쳐도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큰일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 다시 돌아오면 되었다.
요즘 다시 시내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고 요추협착이 아직 완쾌되지 못하고 3달 가까이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보니 지하철을 타면 빈자리부터 찾게 되었고 승객들이 많고 적음이 큰 관심사가 되었다.
참 사람들 많다. 거리에도 지하철에도.
나는 출근시간이 9시를 넘기고 퇴근시간이 5시쯤 인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참 많다.
지금은 일을 해야 할 시간인데도 왠 젊은 이들이 이리도 많은가?
다들 지금 이시간에 뭐하러 지하철안에 계시는 걸까?
오전 10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
오늘도 앞자리 7석에 남자 2, 여성 5명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로 보인다.
물어 보고 싶어진다. 댁들 직업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이 시간에 뭔 일들이냐고.
한 사람 제외하고 모두가 핸드폰에 푸욱 빠져 있다.
아침은 먹고 나왔을까? 누구랑 살까?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나처럼 사무실 나가는 걸까? 그 사장은 저런 직원을 그냥 놔 둘까?
아니, 바로 이들이 사장인가? 뭘 하는 회사가 지금 출근을 하는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심시간 이외엔 밖에 나와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더니, 이들이 바로 청년실업 인력인가?
그렇다면 이들을 과연 누가, 어떻게 먹여 살릴 것인가?
MB정부때에는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 하더니
지금의 정부에는 5포세대(내집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7포세대(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하는 세대)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조차 든다.
누구의 책임인가?
잘잘못을 따지려는게 아니라 기성세대, 기득권,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진 자들이 내려 놓지 않으면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정부의 수장과 정치권이 저 모양들이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하다.
내가 또 괜한 걱정을 하고 있나 보다.
할 일이 없으니 걱정을 사서 한다는 어머니 말씀이 맞나 보다.
나는 내 자신, 내 가족 걱정은 제쳐놓고 나라 걱정을 먼저하고 있으니 애국자임이 틀림없다.
정부와 정치권을 욕하고 있으니 좌파 애국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