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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어버이날, 엄마는 아직 병원에 계신다.

by 단계와 넓은여울 2016. 5. 8.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걷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 주어야 퇴원할 수 있다는 신념과

집에 돌아 갈 수 있으리란 믿음으로 또 무리를 하셨는지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그냥 주저앉아 거동이 어려워 입원한지 벌써 2달이 다 되어 가서 조금 우선한다 싶었는데.

병원 복도를 혼자서 걷는 연습을 하시다가 척추에 무리가 되었는지 또 거동이 불가하게 되었다.

괴산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첫째네 식구들과 병원에 들렀다. 외증손자 용호도 함께.

어버이날에 일어나 앉지도 못하시는 엄마를 병원 침상에서 보려니 억장이 무너진다.

병상에 누워서 아들내외, 외손녀내외 그리고 증손자를 보는 엄마는 오죽하겠는가?

병원에서 달아 주었는지 카네이션이 환자복 가슴에 매달려 있다.

내가 잘못했다. 괜한 짓을 했어. 조금 걸으면 좋다고 의사가 얘기해서 좀 걸었는데 또 이리 되었다고.

미안한 얼굴로 아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시는 엄마가 어버이날 아들에게 하시는 말씀이신가 말이다.  

이젠 다시는 선배집에 가실 수 없으니 괜히 걸을려고 하지 마시라고 호통(?)치셨다는 형과 누나 얘기를 듣고.

6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아들집에 못 간다는 얘길 듣고 계셨을 엄마의 마음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빨리 애 데리고 가라고. 뭐 하려고 병원에 애까지 데려 왔냐고.

증조할머니께 인사하고 손잡아 주라고 하니, 안된다고 뭐하려고 내 손을 잡으려고 하냐고, 잡을 필요 없다고.

혹시 증손자에게 병이라도 옮길까봐서.

다행히 용호를 안고 증조할머니와 하이파이브까지 시켜 주는 사위가 고맙기 그지없다.

내년 어버이날엔 나는 어디에서 엄마를 만나게 될까?

 

주인을 기다리는 엄마방  

 

지난 2월 엄마의 89번째 생신. 저리 앉아 계시던 모습을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단 말인가.

 

삶은 걱정거리의 연속이다.  단계와 넓은여울 2016.03.21 17:46    http://blog.daum.net/841026/4722572